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바로 온천 여행 아닐까?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맞으며 뜨끈한 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묵은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 드니까.
하지만 휴가를 길게 내기는 부담스럽고, 멀리 가자니 이동하느라 지칠 것 같아 망설여진다면 주목해 보자. 주말을 이용해서 가볍게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가깝고 매력적인 해외 온천 명소들을 내가 직접 가보고 좋았던 곳들중 추천할만한 곳 들과, 내가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떠오르는 베트남과 중국의 핫플레이스 들도 함께 정리해 보았다.
1. 벳푸
도시 전체가 거대한 찜질방, 온천의 끝판왕
‘일본 온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벳푸다. 벳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도시 곳곳의 굴뚝과 땅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다. 일본 내 용출량 1위라는 명성답게, 도시 전체가 끓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즐길 거리와 특징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지옥 순례(Jigoku Meguri)'다. 펄펄 끓는 진흙이 보글거리는 모습, 피처럼 붉은 연못, 에메랄드빛 바다 같은 온천 등 7개의 독특한 온천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으로만 보는 게 아쉽다면 '지옥 찜 요리'를 추천한다. 온천의 뜨거운 증기로 채소, 해산물, 고기 등을 쪄 먹는데, 은은한 유황 향이 배어 맛이 일품이다. 료칸 선택지도 초저가부터 최고급까지 다양해서 예산에 맞춰 고르기 가장 좋은 도시다.
이동 방법
인천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국제선 터미널 앞에 있는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벳푸행' 버스를 타면 약 2시간 만에 벳푸 키타하마(시내)에 도착한다. 기차(소닉)를 타려면 하카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공항 리무진 버스가 훨씬 편하다. 다만, 이동시간은 기차가 더 짧은 편이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풍경이 버스와 기차 이용시 다르기에 이점을 고려해서 선택하는게 좋을듯 하다. 요즘에는 LCC중 일부 항공사가 벳푸에 인접한 소도시인 오이타로 운항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2. 아리마 온천 (일본 오사카 근교)
오사카 여행을 계획 중인데 쇼핑과 유니버설 스튜디오만 가기엔 체력이 달린다면 아리마 온천이 정답이다. 일본 서기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랑했던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즐길 거리와 특징
이곳의 핵심은 '킨노유(금탕)'와 '긴노유(은탕)'다. 금탕은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공기와 닿으면 산화되어 붉은 황토색을 띠는데, 보온 효과와 살균 효과가 뛰어나 아토피나 근육통에 좋다고 한다. 반면 은탕은 무색투명한 탄산천으로 피부를 매끄럽게 해준다. 마을 자체가 좁고 경사진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어 옛 일본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 좋고, 명물인 탄산 전병을 바삭거리는 재미도 있다. 오사카 시내와 가까워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동 방법
오사카 우메다 역(한큐 삼번가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약 1시간 만에 온천 입구에 도착한다. 전철을 이용하면 고베 등을 거쳐 2~3번 환승해야 해서 초행길에는 꽤 복잡할 수 있다. 버스가 가장 편하고 빠르다.
3. 노보리베츠 (일본 삿포로 근교)
설국에서 즐기는 유황 온천의 낭만
겨울 여행의 로망이 '눈 내리는 노천탕'이라면 무조건 홋카이도로 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온천 지역으로,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즐길 거리와 특징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반겨준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지옥 계곡(Jigokudani)'이다. 황량한 계곡 곳곳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마치 지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겨울에 눈이 쌓이면 하얀 눈과 뜨거운 김이 대비되어 장관을 이룬다. 이곳 온천수는 유황 성분이 짙어 우유처럼 뽀얗고, 피부를 보들보들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료칸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먹고 눈을 맞으며 노천욕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겨울 호사의 끝이다.
이동 방법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도난 버스를 타면 약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삿포로 역에서 출발한다면 JR 기차를 타고 노보리베츠 역에 내려서 다시 버스로 15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 일부 고급 료칸은 삿포로 시내에서 송영 버스를 운영하기도 하니 예약 시 확인해보자.
4. 베이터우 온천 (대만 타이베이)
일본까지 가기엔 항공권이 부담스럽거나, 짧은 일정으로 알차게 다녀오고 싶다면 대만 타이베이의 베이터우가 최고의 대안이다. '꽃보다 할배'에 나오면서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해진 곳이다. 또한 베이터우는 내가 경험해본 온천들중에서 가장 최고의 온천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고, 수질도 좋고, 물의 온도도 높다.
즐길 거리와 특징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하철만 타고 갈 수 있다. 이곳은 유황 온천(라듐 유황)으로 유명한데, 특히 '지열곡'이라 불리는 옥색 온천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수증기가 볼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목조 건축물인 '베이터우 도서관'과 '온천 박물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노천 대중탕부터, 프라이빗한 탕을 갖춘 고급 호텔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이동 방법
타이베이 어디서든 MRT(지하철)를 타고 '베이터우' 역까지 간 뒤, '신베이터우' 행 열차로 환승하면 된다. 환승 열차 자체가 온천 테마로 꾸며져 있어 가는 길부터 여행 기분이 난다. 시내에서 30~40분이면 충분하다.
5. 88온천 (필리핀 마닐라 근교)
야자수 아래서 즐기는 따뜻한 이색 온천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싶다면 필리핀이 답이다. 온천 하면 추운 나라를 생각하지만, 필리핀은 화산 지대라 수질 좋은 온천이 많다. 그중 88온천은 한국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곳이다. 내가 경험했던 88온천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고 다소 허름한 듯한 느낌도 있기는 했지만, 물의 온도가 꽤 높아서 피로를 풀기엔 딱인 곳이었다.
즐길 거리와 특징
마닐라 남쪽 라구나 지역, 마킬링 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매력은 숲속에 있는 듯한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다. 커다란 야자수 아래 뜨끈한 온천탕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해서 시설 관리가 깔끔하고, 한식당도 운영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수영장도 함께 있어 아이들은 수영하고 어른들은 온천을 즐기기에 딱이다. 저렴한 가격에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어 가성비 최고의 휴식처다.
안전 정보와 이동 방법
필리핀 여행 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치안일 것이다. 88온천이 위치한 라구나 지역은 마닐라 도심과 떨어져 있어 비교적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며, 리조트 단지 내부는 경비가 있어 안전하다. 다만 이동 과정이 중요하다. 마닐라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중교통(버스)은 짐을 들고 이동하기 불편하고 초행길에는 위험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한인 픽업 차량'을 예약하거나, 호텔 송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검증된 차량으로 리조트 내부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것이 안전과 정신 건강에 좋다. 현지 택시보다는 그랩(Grab) 앱을 이용하는 것이 요금 시비 없이 안전하다.
6. 누이탄타이 온천 워터파크 (베트남 다낭)
머드 목욕부터 워터파크까지, 온 가족 놀이터
요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다낭. 보통 바다 휴양을 생각하지만, 바나힐 근처 산속에 엄청난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가 숨겨져 있다.
즐길 거리와 특징
단순한 온천이 아니라 거대한 '테마파크'다. 산 중턱에 위치해 공기부터 다르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머드 목욕'이다. 개인 욕조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머드를 가득 채워주는데, 몸을 담그고 나면 피부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해진다. 일본식 온천탕은 물론, 아이들이 놀기 좋은 대형 워터파크, 공룡 공원, 족욕탕, 게임장까지 갖추고 있어 하루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다.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이동 방법
다낭 시내나 공항에서 차로 약 40~50분 거리다. 산속이라 대중교통은 없다. 그랩(Grab)을 이용해도 되지만, 돌아올 때 차 잡기가 힘들 수 있으므로 왕복 픽업이 포함된 투어 상품을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대절해서 다녀오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다.
7. 춘휘원 온천 (중국 베이징)
객실마다 프라이빗 탕이 있는 럭셔리 온천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다양한 온천이 있지만,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기에는 베이징만 한 곳이 없다. 비행시간이 짧고(약 2시간)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다. 춘휘원 온천은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즐길 거리와 특징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객실 테라스에 프라이빗한 개인 온천탕이 딸려 있다는 점이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24시간 언제든 뜨거운 온천수를 받아 맥주 한 잔 하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야외 공용 온천(호수 온천) 구역도 굉장히 넓은데, 와인탕, 우유탕 등 다양한 테마탕이 있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 분위기가 몽환적이다. 겨울 베이징의 칼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노천욕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이동 방법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택시로 20~3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귀국 전날이나 도착 첫날 숙소로 잡기에 최적의 위치다. 시내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8. 해천만 온천 (중국 청도/칭다오)
맥주와 함께 즐기는 오션뷰 온천
베이징보다 더 가깝고 가볍게 다녀오고 싶다면 청도(칭다오)를 추천한다.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맥주뿐만 아니라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즉흥적인 주말 여행으로 제격이다.
즐길 거리와 특징
청도 즉묵(지모) 지역에 위치한 해천만 온천 리조트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무려 60여 개의 실내외 온천탕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오션뷰를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시설이 현대적이고 깔끔하며, 리조트 내에 아울렛과 공연장까지 있어 쇼핑과 휴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칭다오 맥주 한 잔 곁들이며 피로를 푸는 맛이 일품이다.
이동 방법
칭다오 류팅 공항에서 차로 약 40~50분 거리다. 칭다오 시내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온천을 메인으로 하루를 잡거나 리조트에서 숙박하는 일정이 좋다. 택시나 디디추싱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맺으며
평소 치열하게 달려온 나에게 이 정도 선물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눈 내리는 홋카이도에서 감성에 젖어도 좋고, 필리핀의 야자수 아래서 이색적인 따뜻함을 즐겨도 좋다. 혹은 다낭의 산속에서 머드팩을 하며 웃고 떠드는 것도 훌륭한 휴식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 혹은 다가오는 연말 연휴에 가볍게 짐을 챙겨 떠나보자.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1년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거짓말처럼 사라질 테니 말이다.

